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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민예술가에게 사사 안두현

두꺼운 악보 대신 아이패드를 보면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30세 지휘자 안두현 씨는 공연장의 낯선 풍경이다. 나이도 그렇고 디지털 기계와 아날로그 음악의 조합도 이색적이다. 지휘를 하면서 친절한 해설도 곁들인다.

"종이는 잘 안 넘어갈 때가 있지만 아이패드는 그럴 일이 없다. 무거운 악보를 들고 다니지 않아서도 좋다. 디지털 세대이지만 음악은 아날로그 감동이다. 듬직하고 따뜻한 교향악을 들려주고 싶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마제스틱 청소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음악의 매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공연 수익금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자선 음악회 무대에 서고 있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러시아 국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고 레오니드 니콜라예프가 발견했다. 안씨가 유학한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 음악원 교수다.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 1위 수상자로 러시아 음악계에서 명망이 높다.

니콜라예프는 수업시간에 하이든의 `넬슨 미사`를 지휘한 안씨에게 "21세에도 깊은 음악이 나온다"고 인정했다. 그리고는 "지휘자는 가슴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안씨는 "스승은 박자가 빨라지고 실수가 있더라도 감동을 주는 지휘를 하라고 했다. 수학처럼 악보를 분석하고 계산하면 음악적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인간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전설적 지휘자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의 실황 연주 음반을 들어보면 앙상블이 꼬일 때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에너지가 불 뿜듯 나오는 연주는 실수까지 묻어버리고 객석을 전율시킨다.

안씨는 2001년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블라디미르 심킨에게도 레슨을 받았다. 지인의 소개로 리허설 현장으로 찾아가 오디션을 봤다. 심킨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루트를 두루 배운 안씨의 폭넓은 음악에 탄복했다. 그래서 레슨비 한 푼 안 받고 러시아 음악의 정수를 가르쳐줬다.

"심킨 선생님은 먹을 것을 사가지고 가도 `젊은 사람이 잘 먹어야지`라고 돌려주셨다. 그에게 배운 러시아 음악은 휘몰아치는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있었다. 굉장히 대륙적이고 금관악기 소리가 압도적이다."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배운 안씨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실전 무대에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지휘에도 적극적이다.

3월 3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는 MDOP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안씨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도 지휘할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